20대의 나는 참 겁이 많았다
고등학교에 진학하고 나름 공부로 날고 긴다는 친구들과 경쟁을 하니 내가 노력을 아무리 해도 난 부모님의 기대치인 상위5프로 그안에 들지 못했다
겨우겨우 서울에 있는 대학에 가게된 나는 그렇게 인생에 첫 실패와 부모님의 실망을 맛보았다
어릴적 내가 생각하던 어른이 된 내 모습은 참 반짝였는데
원하는 대학에 한참 못미치는 대학에 진학한 나는
내가 생각하는 나와 현실의 내가 너무 비교가 되어서
꼭 눈을 감고 20대를 보냈다
그렇게 예쁘고 찬란한 넘치는 가능성의 20대 시절을 술과 유흥으로 탕진하고 떨어질대로 떨어진 자존감은 연애놀이로 채웠었다
꿈도 희망도 미래도 없는 관계는 당연히 썩은 동앗줄처럼 쉽게도 끊어져 버리곤 했다
참 다행히도 호주에 오고는 모든게 바뀌었지만
그때 그시절의 나는 스스로 작게라도 뭔가 인생을 끌어가는게 두렵고 겁나고 어려웠었던것 같다
그래서 부모님을 원망하고 나 스스로를 원망하고
바뀌지않을 현실을 탓했다
알고보면 나만 바뀌면 되는 간단한 문제였는데
그때 당시엔 그걸 몰랐다
그저 그때 내가 생각한 내 미래는 불꺼진 골목길 처럼 캄캄하기만 했다
그러던중에 지금의 남자친구를 만났다
그냥 가끔 동아리모임에서 보던 안지는 1년정도 되었지만
엄청 시끄럽고 말도 많은 나와 조용하고 과묵한 이 친구는 별로 말도 안해본 얼굴만 알던 딱 그랬던 사이였다
그날 나는 고등학교때 친구들이랑 콘서트를 보고 술한잔 벌써 걸치고 집에 가는 길이었는데 갑자기 동아리 친구들이 근처에서 놀고있다고 밤10시에 오라는 카톡을 받았다
늦었는데 집에갈까 잠깐 애들얼굴만 보고 갈까 하다가 살짝 아쉬운 마음에 놀러간 거기에 이 친구가 있었다
별로 친한 사이도 아니었지만 같이 놀다보니 말도 좀 해보고 어쩌다보니 한두명씩 들어가고 어쩌다 둘만 남게되었고 뭐 그렇다고 뭔일이 생긴것도 아니고 그냥 그래서 아침까지 국밥집에서 술한잔 더하면서 얘기를 했다
잘 기억은 안나지만 어쩌다보니 그당시 내가 겪던 힘들던 이야기들도 하게되었고
이 친구는 위로를 잘하지도 말을 잘하는 편도 아니었는데
술기운인지 그저 묵묵히 내 얘기를 들어주던게 너무 안심이 되었던건지 그당시 많이 정말 많이 힘들던 누구한테 내색하기는 어렵던 내 마음이 그만 쏟아져나와서 휴지한통을 다 쓸만큼 펑펑 울었던 기억이난다
그러고는 다시 우리는 일상으로 돌아갔다
그 이후로 딱히 뭐 썸을타거나 연락을 더 한것도 아니었다
그러고 조금 시간이 지났고 하루는 비가 많이 오고있었는데 이 친구가 태국여행을 갔다가 망고젤리를 사왔다고 젤리를 주러 온다고 했다
우리는 신촌 한 고깃집 앞에서 만났고 비도오고 축축하고 어두컴컴했던 그 풍경속에 신기하게도
이친구만 반짝반짝 빛이났다
아직도 기억나는데 그땐 진짜 빛이났다 정말 정말 빛이났다
남자친구랑 만나지 않았더라면 그리고 호주를 오지 않았더라면 난 아직도 어둡고 캄캄한 끝도없는 터널을 걷는 기분으로 하루하루를 살고있었을까?
처음에도 지금도 남자친구는 참 한결같다
내가 힘들어하거나 고민이 있거나 지쳐있을때
그저 묵묵하게 지켜봐준다
뭘 이렇게 해라 저렇게 해라 너의 이런점을 고쳐라
시덥잖은 위로를 가장한 조언은 하지않는다
그냥 지켜봐준다 내가 괜찮아질때까지
스스로 털고 일어날때까지 가다렸다가
함께 걸어가는것 옆에 있어주는것
그게 정말 제일 고맙고 고맙다
가끔은 그런생각을 한다 고집쎄고 자존심쎈 나는
누가 뭐라고 하면 말도 더럽게 안듣고
힘들어도 남들이 그렇게 생각하는건 싫어하고
무시당하는걸 못참아하고
할말은 싸움이나도 해야만하는
이런 성격의 나를 남자친구가 아니고서야 누가감당하겠어
내가 장작에 타는 불이라면 이친구는 강이고 바다이다
그래서 나는 더 걱정없이 내 꿈을 내 목표를 향해 맘껏 욕심껏 더 불태울 수 있는 것 같다
모든게 일련의 점들인 사건들 하나하나가 모여서
남자친구를 정말 우연히 만나고,
어쩌다보니 둘이 호주를오고,
그러다보니 좋아하는 일을 찾았고,
GOD 촛불하나라는 노래 가삿말처럼
하나를 켜니 다른하나가 켜지고 또 다른 빛이 켜지고
그러다보니 아직 불확실한 미래지만
이제는 별로 두렵지 않게되었다
이제는 아니까 내가 한발짝 떼는순간
한발치 앞에 빛이 켜질거란걸
요즘 볼빨간 사춘기의 나의사춘기에게 라는 노래를 듣다보니 이런저런 생각들이 나서 글로 남겨본다
참 우울했던 시절이 있었고
지금은 또 꿈을 찾았고 길도 찾았고 빠르게 달리고 있으니까
지치는 날이 올거란걸 알아도
이제는 어떻게 해야하는지 아니까 전처럼 무섭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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